내일신문 칼럼(1998/03/26)
지방행정은 있지만 지방정치가 없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지방자치라는 말에는 익숙하지만 지방정치라는 말은 왠지 낯설게만 느낀다. 지방정치란 해당 지역의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조정 또는 지역주민의 경쟁적 이해관계가 엮어내는 정치과정이라고 한다면 자치시대는 곧 지방 정치의 시대라고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말이다.
해방이후 주로 권위주의 정권을 겪어야만했던 우리의 현실과 무관치 않은 일이다. 80년대 이래 자치시대라는 표현은 자주 오르내렸지만 실제 행정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로의 업무 분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지방자치의 전부는 아니다. 실제 지방단위의 정치적 주체인지역민과 지방의회, 그리고 지방정부(집행부)의 역할과 비중이 낮게 자리잡고 있거나 어떤 의미에서는 부정적인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시의회의 경험이다. 얼마전 남용호 의원이 의원직을
제목 : [대전] 대전시 의장 사퇴,만신창이 의회전 대전시의회의 남용호 의장이 의원직을 사퇴함에 따라 전·후기 의장 모두가 중도에 불명예 탈락하는 만신창이 의회가 됐다.
남 의장은 지난 14일 개인사업 실패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당좌거래 중지자로 공시되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로써 대전시의회는 전반기 의장이었던 이기웅씨가 95년 11월 건축법 위반으로 중도에 의원직을 잃은 것과 함께 의장 모두가 중도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시의회는 이뿐만 아니라 이선종 전 부의장이 96년 2월 선거법위반으로 물러나고, 김광우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신협의 불법대출사건으로 의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특히 황명진 의원은 공영주차장 조례개정 때 이해당사자로 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기소되면서 지난해 11월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했다.
시의회는 이밖에도 박정훈 의원에 대한 동료의원들의 집단폭행사건, 김용준 부의장에 대한 부의장 사퇴권고안 가결이라는 해프닝 등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후반기 의장직 선출때는 담합 등의 행위로 패로 나뉘어 싸우고 일부는 이에 불만을 품고 등원을 하지 않는 등 추태를 부렸다.
이처럼 대전시의회가 의장의 중도탈락 등 의원직 상실 5명이 나온 것은 자민련 일당 지배가 이뤄진데다 의원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 특정 정당 일색으로 뽑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