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같은 시내버스
지하철같은 시내버스
김제선 (金濟善, 참여자치대전시민회의 사무처장)
교통난의 시대
이제 교통난은 더 이상 다른 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단핵형 도시구조상 일찍부터 나타났던 도심의 교통혼잡이 대전의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지하철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2천년대에 이르기 까지 대전은 교통은 최악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염려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교통난 시대에 대전이 들어선 것이다.
실제 86년에 시속 36km를 유지하던 통행속도가 96년도에는 23km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교통 환경에 대해 소비자들의 선택은 편리한 개별교통 수단인 승용차를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30만대 시대(97년 5월말 기준으로 30만 6천 9백대)에 들어선 대전시에 등록된 승용차는 전체자동차의 75.6%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일 110대 씩 증가하는 추세다. 다섯집에 네집은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차량의 증가세는 멈출지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승용차의 교통분담율은 20.88%에 지나지 않아 이에 따른 교통 혼잡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교통난의 악화가 승용차 수요를 불러오고 이 승용차가 교통난을 더욱 악화 시키는 악순환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교통난에 대한 대책으로 승용차를 마련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소비자인 시민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중교통이 승용차와 비교되는 선택 대상이 될 수 없는 속에서 승용차의 편리성은 포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당국은 도로를 확장하는데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이 자랑하는 주요 업적에는 도로의 신설이나 확장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덕분에 교통난이 해소되었다는 평가는 없다. 누구나 자가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따라 차량 소통을 위한 재정 지출을 우선하는 도시계획이 불가피하다고 정치가들과 행정가들은 주장해왔지만 결국 확장된 도로를 뛰어넘는 폭발적 승용차 증가율 앞에서 교통난은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통행이 아닌 차량의 소통에 중심을 둔 도로 확장을 통한 교통난 해소는 이미 불가능한 대안임이 입증되었다. 도로확장에 필요한 땅은 한정되어 있고 도로 1km를 확장하는데 최소 2백억에서 1천억까지 소요되는 경비 지출은 더 이상의 도로확장을 교통난의 대안이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천만대 시대의 교통종합 대책이 고통분담의 논리에 기초한 수요
관리 정책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정된 교통시설을 서로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교통 수요 억제 정책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때 효과를 낼수 있으나 결국 다른 부작용을 낳고 한계를 맞게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실효성을 갖출 수는 없다. 교통이 고통으로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도로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통을 나눠서 분담하는 것 이외에 대잭이 없다는 실패 선언 이상의 의미도 찾기 어렵다.
대안은 대중교통
갈수록 악화되는 교통난과 도로확장의 어려움, 폭발적인 자동차의 증가는 이제 도시민들에게 교통은 고통이라는 굴레만을 남기고 있다. 과연 도시교통난은 해결될 수 없는 숙명인가. 이제 교통는 나눠야할 고통일 뿐인가. 우리는 그래서는 안되며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교통이 고통이 아닐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대중교통을 바로 세우는 것에 있다. 늘어가는 자동차의 교통을 쫒아가기위해 도로를 신설하는 것 보다 승용차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출현 시킴으로써 승용차로부터 사람들을 해방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관념적인 공공선이 아니라 실질적인 편익의 증대로 승용차 소유자들이 대중교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정책 수단의 변경만을 의미 하지 않는다. 차량 중심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교통정책관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져야만 실현 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통한 도시 교통난의 해결 제안에 대해 당국자들은 흔히 지하철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내버스라는 대중교통 수단은 쇠락하는 것인데 반해 아직도 지하철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분명 빠르고 편안한 교통 수단이다. 대전의 교통난도 지하철이 완공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지하철의 교통기능은 노선 완성이 필수적인데 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지하철의 완성은 20년이 걸리는 일이며 건설을 마쳐도 노선대에 걸친 일부 주민들만 혜택을 보는 노선의 고정성이 큰 문제로 남는다. 실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자치단체들의 지하철건설 부채의 규모는 총사업비 24조 6798억원의 32%에 달해 지하철 1m 건설할때마다 1천5백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치단체 재정난의 주요인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하철 완성 이후의 운영적자 규모도 자치단체 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할 정도다. 비용과 편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막연한 지하철에 대한 기대는 더 큰 문제를 우리들에게 남겨줄 것이라는 점을 다른 도시의 지하철 건설 경험은 말해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쇠락하는 시내버스를 다시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시내버스를 따라 다니는 이야기들은 늘 부정적이다. 원가계산의 불신과 투명성 시비, 오지적자 노선을 반납하겠다는 으름장, 차량 정체로 인한 버스회사의 승객 감소 및 원가상승, 운송수익금 누락, 불합리한 배차간격으로 인한 난폭운전, 만성적인 재정 적자. 이런 시내버스가 새로운 교통 대안으로 부각된다는 것이 불가능 해보인다. 시내버스가 어떻게 승용차를 포기 시키는 유인책이 될 수 있는가라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다. 시내버스를 통해 가장 낮은 버
스요금으로 높은 서비스의 질을 자랑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동차 천만대 시대 교통난의 대안이 시내버스라는 점을 동의할 수 없다. 요금인상을 둘러싸고 적자노선 운행중단 위협을 감행 했던 대전시내버스 업체들은 사실상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 운행 차량의증가에도 불구하고 뚜렷이 나타나는 이용승객의 감소와 경영적자로 대전시를 운행중인 14개 버스 회사중에 5개회사의 부도가 목전에 다가 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이외에 8개 회사도 경영난으로 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재로는 유일한 대중교통이자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운행정지 사태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지하철 같은 시내버스
그러나 시내버스를 지상의 지하철과 같이 만드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하철의 빠르고 편리함을 버스도 구현할 수 있다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전과 비슷한 규모의 브라질 꾸리찌바는 시내버스를 [땅위의 지하철]로 만들어 성공한 바가 있다. 도로 위계를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노선망, 역류전용차선을 포함한 버스전용차로의 체계적인 구축, 승차전에 미리요금을 지불하고 들어가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원통형 정류장,한번에 270명까지 수송할 수 있는 쌍굴절 버스의 도입, 버스요금 1회만 내면 몇번이라도 환승이 가능한 완벽한 환승시스템이 시내버스를 통해 가능함을 꾸리짜바는 보여주고 있다. 지하철에 버금가는 완벽한 버스시스템이 불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추가적인 도로확장 없이도 기존의 도로공간을 활용해 저렴하게 공사를 마무리하는 분명한 철학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통해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도시계획과 교통정책을 통해 지하철 같은 시내버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돈이 많이 들고 개발을 위한 개발을 일삼는 도시계획은 바람직한 도시계획이 아니다. 다른 도시들이 얼마되지 않는 예산을 도로 건설과 확장에 쏟아 부을 때 그 돈을 시민이 살기에 편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써왔다면 다른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새로운 도로를 뚫는 대신에 기존의 도로공간을 재분배하여 경쟁력과 이용편의도가 낮은 버스교통을 경쟁력도 높이고 이용하기가 편하도록 바꾸어 놓는 것이 필요한 때다.
지하철을 지상의 도로상에서 구축하는 선택은 그 누구도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이다. 버스에게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고 다른 교통 수단과 차별성을 두는 것은 다른 쪽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도시들이 버스에 대한 우대를 통해 잃어버릴 것이란 자가용 승용차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다.
* 브라질 꾸리찌바의 사례는 박용남의 세계환경도시 리포트 브라질의 꾸리찌바를 참조,
주간 참소리 1997.10.11~ 1997.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