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민주주의를 위한 몇 가지 개혁 과제
김제선(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지방재정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먼저 생각할 것은 주민의 예산 감시에서 주민의 예산 편성 참여를 촉진하여 재정민주주의를 확대해야한다는 것이다. 재정민주주의의 확보를 위해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한데 현재의 회계시스템이 정책을 개발하는 시스템이기보다는 가계부의 지출 내역서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의 재정감시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이며 집행과정이 통제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참여의 활성화를 위한 모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회계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지금 일반회계는 현금주의 방식의 단식부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가계부 작성하는 수준이고, 구멍가게 운영수준이다. 예산규모가 작을 때 가능했던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 수행하는 사업이 수없이 많고, 이에 따라 재정구조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응하는 회계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예컨대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발생주의식 복식부기 제도의 도입이 요구된다.
예산제도의 개혁도 필요하다. 우리의 예산제도는 아직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경직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하지 않는 사람은 통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향후 재정의 신축성을 확보하여 다양한 아이디어가 예산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항목별로 지나치게 세분화된 예산과목을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결과이지 투입과정이 아니라는 인식을 통해 담당자에 대한 과감한 재량의 부여가 필요하다. 물론 사전적 통제는 약화되지만, 이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통해 사후적 통제는 강화해야 한다.
둘째, 과다한 기금의 개혁이다. 중앙정부에서도 기금은 문제가 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기금도 재정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원의 창구를 단일화하여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고, 조성된 자금의 활용을 통해 재정운영의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해야 한다. 대전시가 기금의 통합고나리조례를 제정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연말에 모든 자금을 지출하려는 12월의 열기를 식혀야 한다. 주어진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될 뿐이며, 심지어 다음 예산배정의 과정에서 삭감될 것을 우려하여 주어진 예산은 소진해야 한다는 행태가 발생하고 있다. 효율성 배당(efficiency dividend)의 도입을 실천해야한다.
넷째로 소비성 재정투자를 생산적 투자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합리적 투자심사기법을 도입하여 내실 있는 투자심사를 실시하여 주요사업에 대한 사전심사기능을 강화하고, 투자심사결과와 중기지방재정계획 등 다른 재정관리제도와의 유기적 연계로 계획적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로 현재와 같은 목별 예산 편성방식으로는 사업의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집행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두꺼운 예산관련 보고서는 예산을 집행하는 회계 담당 공무원에게는 필수적이지만, 사업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원이나 시민에게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의원이나 시민에게 공인회계사와 같은 회계학적 지식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예산서는 상식에 근거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예결산절차의 개혁도 필요하다. 현재 결산은 이미 사용한 돈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결산은 회계상의 계수정리가 아니라, 정책적 평가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정확한 결산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실속있는 예산편성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결산과 예산이 전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결산이 회계상의 계수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사업의 진행상황을 검토하는 작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회 정기의회의 운영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집행부 결산절차를 앞당기는 것을 전제로 하여, 전반부는 결산의회, 후반부는 예산의회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반부에서의 결산심의 결과가 예산심의에 반영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이와 더불어 시민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감사원이나 의회의 통제가 주기적으로 어떤 면에서 형식요건상 수행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제 재정민주주의의 적극적인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시민의 일상화된 통제가 필요하다.
대전시의 재정 상태와 관련하여 주목하여할 우리들의 관심사는 과도한 부채 급증이다. 대전시 국감자료에 따르면 99년 6월 30일 현재 대전시의 부채는 이자를 포함 총 8384억원으로 작년 대비(7,153억원) 1000억원 이상이 증가하고 있다. 이중 자치구의 부채는 163억원 뿐이며 나머지는 8220억원은 대전시의 것이다. 98년 기준으로 대전시 시민 1인당 부채는 제주,광주,대구에 이어 전국 4위(약 56만2천원)으로 전국평균 37만7천원에 대비할 때 심각한 수준임에도 여전히 부채가 증가하고 잇는 실정이다. 대전시가 향후 상환하여야할 지방채 현황은 99년의 경우 150억원인데 2000년에는 5.8배로 증가한 868억원을 상환하여야하며 2001년에는 950억원, 2002년에는 1,231억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여 2004년이후 5,357억원을 상환하여야할 처지에 있다. 지방채 발행 신청 승인율도 84%,78%,65%로 97년 이래로 계속 저하되고 있어 대전시가 지방채를 남발하고 있거나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증이되고 있다.
부채는 처음 기채하기가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적자재정의 운영은 결국 경제가 어려울 때 국공채를 발행하여 사업을 시행하고, 경제력을 회복하면 이를 상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 메카니즘의 예측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선출된 장이 임기 중에 해야 할 일은 많고 재원이 부족할 때 일단 빚을 내어서라도 사업을 시행하고, 그 문제는 후임자에게 미루는 책임회피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방채 발행에 대해 사업별로 타당성에 대해 보다 엄격한 심사가 있어야 할 것이며 급증하고 잇는 부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과제의 달성정도는 결국 실제 비용도 부담하고 편익도 향유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하는 노력의 크기로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민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