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연대활동 성명논평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 관리자
  • 2025-01-02
  • 32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모두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유족들의 상처에 우리 사회가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지난해 12.3 내란사태가 가져온 정치적 혼란과 민주주의의 위기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내란 현행범은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체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환율 급등과 투자 위축이 실시간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11년 전부터 시민사회가 외쳐오던 “이윤보다 안전을!”, “이윤보다 인간을!” 구호를 다시 되새기게 만들었습니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지역의 민주주의·경제·안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거를 점검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해야 합니다.

이장우 대전광역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비 4조 4,514억 원 확보, 도시브랜드평판 1위, 대전 0시 축제 성공, 트램·유성복합터미널·베이스볼드림파크 등 다양한 사업 진척 상황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홍보비와 축제예산은 그 규모와 방법이 적절한 수준인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과연 시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그리고 현장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도시, 대전에서 ‘시민의 삶’과 ‘지역 민주주의’가 후순위로 밀려나지 않을지 우려합니다. 이장우 시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여러 정책 계획과 성과에는 기후위기 시대와 탄핵 정국이라는 엄중한 현실에 대한 통찰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교통·산업 인프라 중심의 개발 계획이 도시 성장의 엔진이 될 수는 있으나, 동시에 생태계 파괴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부족을 야기할 위험이 커지는 것도 현실입니다. 또한 청년·어르신·소상공인 대책 일부를 언급했으나, 불평등과 양극화 속에서 더욱 힘들어하는 장애인·이주민·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는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12.3 내란사태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민주주의 위기는 곧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방정부가 해야 할 책무는 더욱 막중한데,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특히 12.3 내란사태 이후 탄핵 표결까지 이장우 시장의 모호한 입장과 양비론적 태도에 대한 여러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낸 신년사라 더욱 아쉽습니다. 내란 음모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조속한 탄핵 심판 인용 결정입니다.

탄핵 이후에는 지역 민주주의와 주민참여, 다양한 시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참여 확대, 정보 공개 강화, 지역 의회·언론·시민사회와의 협력 같은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정 운영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대중교통 체계 혁신, 녹지·공원·습지 보전 등 종합적인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량 굴절버스 차량시스템 시범, 트램 도입 등 대중교통 체계 혁신에 대한 계획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에너지 정책과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을 아우르는 청사진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노루벌 국가 정원 조성, 보문산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 역시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난 임기 2년간 소통 없는 일방행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을 진지하게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이에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하는 2025년에,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협력해야 할 과제를 제시합니다.

첫째, 민주주의 회복과 주민참여 확대를 위해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채널을 확충·다양화하고, 의정·행정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특히 지난 2년간 시민참여율이 대폭 감소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다시 정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2.3 내란사태로 인한 국가적 위기가 여전한 지금, 지방정부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의무가 있습니다.

둘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더욱 두텁게 마련해야 합니다. 노인·장애인·이주민·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겪는 차별과 배제를 없애기 위한 종합 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청년층도 특정 제도나 수당 지원에 그치기보다, 교육·주거·일자리 전반에서 생애주기를 고려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전세사기로 인한 주거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2025년 계약 만기 세입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기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셋째,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녹색 건축, 탄소중립 계획을 구체화하고,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줄여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대전광역시는 에너지 자급률이 2%대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정부가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준비함에 따라 대전은 전기요금이 상승하게 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지역경제에도 필수적입니다.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RE100 달성 등 탄소중립 경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입니다.

넷째, 경제 활성화가 곧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상장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것이 목표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전국적으로 남발된 산업단지가 곳곳에서 애물단지로 방치되고 있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알짜배기 산업단지 계획이 필요함과 동시에, 고용 안정과 노동인권, 공정한 임금체계, 공공성 강화가 함께 이뤄질 때 지역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다섯째, 다양성과 인권, 성평등이 보장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대전광역시는 지난 2년간 인권센터·NGO지원센터·사회적자본지원센터 등,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위탁기관들을 폐쇄해 왔습니다. 2024년 처음 개최된 대전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합니다. 일류 도시로 가는 길에는 다양성과 인권, 성평등 도시 대전이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장우 시장이 강조한 ‘일류 경제도시 대전’이라는 비전이, 성장 지표와 시설 확충을 넘어 시민 개개인의 민주적 권리와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아내길 바랍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025년 새해에도 시민의 삶을 지키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이장우 시장과 대전시가 제시한 청사진이 시민의 눈높이에 부합하고, 기후위기와 내란사태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 도시를 이룰 수 있도록 감시와 비판, 그리고 협치의 제안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25년이 혼란과 불안을 씻고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모아나가겠습니다.



2025년 1월 2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