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골령골에 와서
산내 학살 희생자 추모시
그해 여름 도라꾸에 실려 온 사람들이
미친 승냥이떼의 제물이 되어
여기 파묻힌 주검 어언 오십여 해
눈 가리고 전깃줄로 묶어놓고 죽였대서
그 죄악을 저 하늘이 모르진 않을 일
그 날의 피울음으로 지나는 저 바람 앞에
너무 늦게 모인 우리는 지금
이 땅의 부끄러움으로 발가벗고 서 있습니다
죽임이 죽임을 낳은 그 세월을
말 못하게 재갈 물렸던 귀신, 아직 있다면
오늘 모인 우리가
훠이 훠어이 물러서게 할 것입니다
서럽게 죽어진 얼들이여
떼귀신처럼 우거진 저 개망초 뿌리에
감기고 엉킨 유골의 붉은 흙더미랑은
이제 그만 털어내고
그 야만의 시대를 용서하소서,
용서해 주옵소서
당신들의 위대한 살림은
이 땅에 새로운 살림을 낳을 것 입니다
하여, 같은 하늘 아래
우리 하나가 되게 할 것입니다
태초의 우리가 되게 할 것입니다 / 백남천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6-11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