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3월로 다가왔습니다. 서울에서 호남권으로의 이동이 빨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은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타 지역을 경유하면 조금 늦게 이동하기 때문에, 자기지역의 개발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부라도 타 지역을 경유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지역 이기적인 논리가 만연해 있습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교통수단으로 국가의 기간교통망이 될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대전지역 경제시민사회단체들은 오히려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서대전역 경유와 운행횟수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검토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결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①이용객 편의성, ②안전성, ③수요(수익성)의 3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3대 원칙은 KTX의 서대전역 경유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동의 가능한 정책판단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합니다.
현재 KTX의 서대전역 경유와 관련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기존 호남선 KTX 이용객 중 서대전권(서대전역, 계룡역, 논산역) 이용객이 전체 승객의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편의와 수요(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입니다.
둘째, 신설 호남고속철도를 이용하지 않고,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되면 통행시간이 약 40여분 길어짐으로 고속철도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지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의 역할이 더 무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전만의 이익을 위한 관점을 철저히 배격하고, 고속철도가 국가기간교통망으로 국민의 진정한 발로써 역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요구합니다.
첫째,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여부는 호남고속철도의 개통과 무관하게 기존 호남선 KTX 서대전역권의 300만 이용객들의 편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기 위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호남선 KTX 전체 이용자의 30% 가량이 서대전역권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만약 호남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호남고속철도를 개통한 후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없애면, 이로 인한 혼란은 불을 보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서대전역권 이용객은 호남권으로 이동하기 위한 공주역이나 익산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대덕연구단지와 조성되는 과학벨트, 3군본부와 육군훈련소로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 배제 주장은 서대전역권 이용객들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국가시설로의 접근성을 제한하라는 요구입니다.
둘째, 호남선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할 분명한 이유는 KTX 이용객 수는 결국 코레일의 수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공기업들이 많은 적자에 허덕이면서, 방만 경영을 한다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17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코레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운송효율을 높여 수익을 늘려야 할 상황에 직면해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배제하는 정책결정을 한다면 서대전역권에 거주하는 잠재적인 호남선 이용수요인 170여만명의 이용을 막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기존 호남선 KTX를 이용하던 300만명의 요금수입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결국 코레일의 경영을 더 어렵게 만드는 정책결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서대전역권 이용객을 유지하고, 빨라진 호남고속철도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코레일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명분 있는 정책결정입니다.
셋째,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가 없어진다면 지역 간 이동에 제한이 발생하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전에서 KTX를 이용해서 호남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공주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따라서 공주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전시민 153만명 중 호남을 고향으로 둔 시민들이 40~5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즉, 이들이 고향방문이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대전과 호남권과의 문화, 경제, 사회적 교류 활성화에 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발생하게 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결정이 될 것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호남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KTX 운행횟수를 현재의 60회에서 22회 증편한 82회 운행하고, 그 중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국토교통부의 방안을 서대전역권 이용객의 입장에서 보면 이용하던 KTX 운행횟수는 60회에서 18회로 대폭 축소된 상황이 됩니다. 반대로 호남권은 60회에서 22회가 증편된 82회 운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 운행횟수는 증가한 결과입니다.
이런 운행계획 변경에 따라 호남권은 82회에서 18회를 뺀 64회를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서울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현재 60회 보다 4회를 더 추가투입하기 때문에 운행시격이 44분에서 34분으로 짧아지며, 이동시간도 광주송정에서 용산까지 현재 2시간 48분 걸리던 것이 1시간 33분으로 단축되어 교통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반면, 기존 서대전권 이용객은 KTX 운행회수가 60회에서 18회로 줄어들기 때문에 운행시격이 현재 31분에서 107분 시격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기존 1일 5,700명의 고정승객이 이제는 제대로 KTX를 이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호남권 자치단체들은 이마저도 반발하여 호남선 KTX 자체의 서대전역 경유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호남권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다고 해서 우리도 모든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고 지역이기주의 관점에서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방안대로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 운행횟수가 18회로 줄게 되면 300만명에 달하는 서대전역권 이용객은 심각한 불편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3월에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가 국가교통기간망으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KTX의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동안 서대전역권을 이용했던 300만명의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KTX의 서대전역 경유가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과 호남권의 이동이 빨라질 것입니다. 경부선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호남권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호남권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를 포함하여 호남행 KTX의 운행횟수를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호남고속철도가 호남권과 수도권만을 위한 교통수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대전역 경유를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호남고속철도가 서대전역에서 익산까지는 일반선을 이용하고 익산부터 광주까지는 고속선을 이용하면 지금보다 20분이나 시간이 단축되는 데도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외면한다는 것은 전국을 신속・쾌적・안전하게 이동시키겠다는 고속철도의 건설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호남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호남권과 충청권, 수도권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입김을 철저히 차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여부와 운행횟수를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의 정책결정이 결국 호남선 KTX 경유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끝내고,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의 상생발전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015년 1월 26일
(가칭)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