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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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수능한파가 없더니 한 명문대의 수시괴담이 교육계를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더구나 경쟁 완화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작년에 처음 도입됐던 수능 등급제가 변별력을 이유로 다시 점수제로 환원되면서, 치열한 점수경쟁과 입시결과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예상돼 수험생과 학부모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수시괴담의 주인공인 고려대학교는 수시 2학기 입시 1단계에서 내신 성적 90%와 비교과 10%를 반영하여 최종 합격자의 15-17배수를 선발했다. 그런데 1차 합격자 발표 결과, 일반계 고등학교의 1-2등급 학생이 탈락하고 특목고의 5-6등급 학생이 합격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같은 고등학교에서도 내신 성적 우수자가 탈락하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해당 대학은 나름의 기준에 따른 표준점수 보정 결과라고 변명하지만, 1등급과 6등급의 편차를 뒤집을 정도라면 사실상의 고교 등급제 적용 말고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고려대가 이렇게 불법적인 얕은꾀를 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우수한 특목고생을 편법으로라도 받아들여 높은 대학서열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는 교육을 통해 상류층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몸부림으로, 결국은 사회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은 수능 대신 내신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대입전형이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22일 대입사정관협의회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미국 대입전형에서 수학능력시험인 SAT와 ACT의 반영비율이 낮아지고 내신비중이 높아져 고교 공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하버드대 피치먼스 교수는 “수능성적은 계층과 인종, 부모의 배경에 따른 격차를 고착화하므로, 학업능력과 무관한 이런 차이들이 전형과정에서 적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교육개혁의 모델은 어떤 모습인가? 영국의 저널리스트 닉 데이비스는, 영국의 시장만능주의 교육개혁이 실패한 것은 학교교육 실패의 근본 원인이 빈곤에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추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영국교육의 대안으로 네덜란드의 공교육을 제시한다. 네덜란드의 교육철학은 교육을 통해 빈곤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빈곤층이나 소수인종의 자녀에게 더 많은 교육예산을 지원한다. 네덜란드 교육예산의 핵심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필요한 만큼을 지원하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출발선의 차별적인 생활조건을 국가의 개입으로 최소화하고자 한다. 네덜란드 교육체계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처럼 선발제도를 통해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기회로 승화시킨다는 점이다. 마치 미국의 대공황 시절 루스벨트가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라며‘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신정책)’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미국의 발전을 가져왔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선진화도 교육을 통해 빈곤을 극복할 때, 즉 입시를 사회정의 실천의 기회로 삼을 때에야 진정으로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네덜란드의 성공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도적인 노력으로 가능했듯이, 나부터 변화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데 있다. 정말 나와 내 자식만 잘 살면 무슨 재미겠는가. 글 | 김 영 호(대전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