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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주장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자립적 공간 마련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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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창립 당시부터 회원으로 활동해 왔으니 삼십 초반의 청년이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제법 자리를 잡는 장년이 되었고 제 나이가 들어감과 동시에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도 어느덧 성년이 되었네요. 저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제 주변에서 독재정권에 대항하다가 목숨을 잃은 동료도 보았고,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운동의 현장에 들어가는 선후배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 자신도 가난한 시골 출신의 의대생으로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서울의 달동네에서 무료진료소를 선후배들과 같이 운영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그마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당돌한 이야기이지만 그 때 당시 있었던 일화가 생각납니다. 당시에 저희 진료소는 학생 중심으로 운영이 되었는데 그중 한명이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분이 공중보건의사가 되어서도 저희 진료소에 참여를 했는데 하루는 제가 “형님은 이제 치과의사가 되어서 월급을 받으니 수입의 절반을 우리 진료소를 위해서 기부해 주세요.” 라고 요청했습니다. 물론 그 형님이 그렇게까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진료소에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그 선배에게 요청했던 배경은 아마도 그 당시 많은 선후배들이 사회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업인이 되었으면 마땅히 이 사회를 위해서 많은 것을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의 저 자신을 바라보면 참 부끄러운 이야기 이지요.   며칠 전에 뉴스에 미국의 애플 회사의 최고경영자의 팀 쿡 이라는 분이 “누구든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연못의 조약돌이 되고 싶어 한다\"며 \"현재 10살인 조카가 대학 교육을 마치면 전 재산을 기부할 생각” 이라고 밝힌 내용을 읽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이룩한 재산은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니 당연히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만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가진 것이겠지요.   저 자신도 제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해부학 실습실에 실습대상으로 누워있던 제가 알지 못하는 시신부터 어설픈 학생의 실습대상이 되었던 많은 환자분들이 있었고, 어쩌면 저보다 더 의사가 되기를 절실하게 원했던 많은 학생들의 기회가 저로 인해서 사라졌습니다. 또한 사회의 많은 도움도 받았습니다. 국립 대학교라서 싼 등록금으로 학교를 다녔고 이런 저런 경로로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의과대학을 다녔고 제가 제 개인 돈으로 병원을 개원해서 수익을 냈기 때문에 내가 번 수입으로 내 자신과 가족의 생활만을 위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어느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어떻게 그것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다른 부문들에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니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전에 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있습니다. 그 중 그래도 형편이 제일 나은 곳이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재정 자립을 못해서 매번 후원회를 통해서 일부 적자를 메우고 있고 재정적자는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20주년을 맞이해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건전한 재정자립을 위해서 1억 모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억의 금액을 통해서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월세를 내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1억을 보증금 삼아 자그마한 사무실을 마련하여 시민들의 참여 및 교육공간으로 그리고 실무자들의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겁니다. 지금 1억을 모금하여 사무실을 마련한다면 현재 매년 지출하고 있는 1천만원 이상의 사무실 임대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10년이면 또 다른 1억을 모금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회원 분들은 팀 쿡이 말한 것처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를 통해서 대전 사회를 바꾸는 조그마한 물결의 시작을 원하실 겁니다.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1억 모금을 통한 자립적 사무 공간 겸 시민 참여 공간 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를 통해서 받은 유․무형의 도움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도움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이제 우리도 우리가 가진 작은 것들을 사회에 나누어야지 않을까요?   저부터 시작 하겠습니다. 제가 가진 일부분을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자립적 공간 마련을 위해서 기부하려고 합니다. 한 분 한분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대전에서 20년을 한결 같이 시민들을 위해 활동한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이제는 자립할 수 있도록 독립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우리 모두 한 개의 작은 벽돌을 쌓아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