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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주장

‘시민단체의 죽음’ 조작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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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회원,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어떤 인터넷 매체가 지방권력 감시자 시민단체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야당 단체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 침묵하는 시민단체는 정치인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권력 감시를 방기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전의 “시민단체들이 최근 몇 년간 권력 감시 약화 현상은 정당에 대한 우호도나, 정책의 진보성 여부와도 무관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결국은 “돈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권시장의 경우 ‘NGO지원센터 조례’를 만들고, 최근 관련 예산을 편성해서 시의회를 통과시켰는데, 시장의 산하기관인 NGO센터로 인해 권력 감시의 칼이 무뎌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시민단체가 시장 품으로 들어간다면 시민단체의 살림이 나아지겠지만 시민단체의 권력 감시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시민단체의 죽음은 지방언론의 죽음이라는 심각한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시민단체를 비난했다. 언론인이 시민단체에 대해 비판하고 좀 더 철저한 권력 감시를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아니 더 많은 권력 감시를 제대로 하도록 비판하고 격려할 의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실 관계가 틀렸다는 점이다. 칼럼이기는 하지만 권력자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침묵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려 한다면 뚜렷한 사실 관계에 근거할 필요가 있다. 칼럼이 언급한 단체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단체인데 이 단체가 마치 정부 재정을 지원 받거나, 정치인의 후원을 받아서 권력 감시에 소홀하다는 식의 언급은 사실관계의 왜곡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시민단체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고 시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권력 감시에 나서길 바라는 충정이 있다 해도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런 왜곡 중의 하나가 NGO센터 설립과 관련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NGO센터라는 재정지원이 시민단체에 제공되기 때문에 앞으로 더 권력 감시가 안 될 것이라는 추론은 상상 속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NGO센터는 시민사회의 공익적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보충하기 위한 보편적 정책 수단으로 도입되고 운영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중간지원조직이다. 현대 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사회문제를 시장의 힘과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공익적 시민활동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빅소사이어티론’이나 일본의 ‘새로운 공공론’이 대표적인 정책흐름이다, 실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은 20여년 전부터 NGO센터, CIVIC센터, NPO지원센터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시민사회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NGO센터는 시장과 정부의 실패를 보완하고 공익적 시민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단체 NGO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자발적 시민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시민의 행복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효과적 접근을 지원하는 필수적인 자치단체의 과업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부산, 광주, 대구, 천안, 충북, 천안, 강원 등지에서 NGO센터, 시민센터,NPO센터라는 명칭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사회단체보조금이나 공익사업비 지원이 자치단체의 직접 지원으로 인해 시민단체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간접지원제도로서 NGO센터의 도입이 강조되어 왔다. 시민단체의 활동과 시민단체를 만들고자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하되 간접지원 방식의 인프라인 것이 NGO센터다. 이런 NGO센터 때문에 권력 감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시민사회에 대한 이해, 시민사회 정책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선 시민단체의 권력 감시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제기에 충분히 동조해주지 않는 단체들에게 투정을 부리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독립적 시민단체를 바란다면 오히려 간접 지원시스템인 NGO센터의 설립을 환영해야 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 자신과 다른 행동 방식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관용이 없는 언론은 흉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이 글은 굿모닝충청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