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시작은 그저 부담없는 설레임이었다. ‘공동체’라는 말에, ‘유랑단’이라는 말에 그저 마음이 끌렸고, 그렇게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했다. 2박 3일 일정 내내 설레임과 흥겨움으로 피곤할 줄도 몰랐다. 5년차 전업주부에게 모처럼 찾아온 즐거움이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 여러 공동체를 다니면서 느끼는 새로운 자극과 배움의 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5년 전에 결혼과 함께 대전으로 이사 와 살고 있는 나로선 처음부터 ‘마을’에 대한 애착이나 애정도가 높았던 것 아니었다. 내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였다.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의 본능이라는 게 작동한다. 부모의 눈으로 보니 특히 우리 교육행태가 참 심란했다. 아이들을 성적, 대학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만 줄 세우고 평가하는 교육행태가 답답했고, 아이들을 미친 듯이 학원 돌리는 매니저형 엄마가 되기 싫었다. 좀 더 인간답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모임’을 만나게 되었고, 바로 이거다, 내 마음이 확 꽂혔다. 어느덧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에게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의 본능으로, 마을어린이도서관, 혹은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으로 점점 변하고 있었다. 이번 공동체 유랑단으로 도시․농촌 공동체를 다니면서 인상적으로 만난 개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메카니즘과 ‘지역 경제’라는 개념이었다. 사회적기업인 (주)이장에서 들었던 \'신자유주의 사다리타기\' 현상은 나로선 좀 충격적이었다. 또한 마을공동체운동이 ‘지역경제’(community business)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생소하면서도, 설득력 있어 보였다. 그동안 가랑비 젖듯 마을공동체를 꿈꾸어 왔지만, 돈과 자본 흐름으로 지역을 생각한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선, 두 개념이 생소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마 이번 공동체유랑단을 기획하신 분들도 이러한 인식 속에서 주민운동의 방향을 잡는 듯 했다. 앞으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고민하면서 정리해야 할 지점이다. 돌아오는 길에, 그렇다면 우리 마을모임엔 무얼 적용해볼까 생각해보니,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었다. 이런, 실컷 보고 왔는데 답이 없다고? 서운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다. 공동체 유랑단을 다녀오면 뭔가 잡히는 게 있겠지 막연히 정답을 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신 배운 것이 있다면 그건 여러 마을공동체 안에서 공존하는 희망과 절망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운동성을 가지고 자기 마을을 꾸려가는 모습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또 그 운동성의 외연 확대 과정에서 더 확장되지 못하고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는 듯한 모습 속에선 절망을 보았다. 내가 사는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다른 마을공동체에서 느꼈던 희망과 절망이 우리 마을에도 공존하고 있다. 여전히 나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일희일비한다. 어떤 때는 일희일비하는 것이 고단하다. 내가 웬 고생을 사서 하지? 가끔 이런 생각도 들지만, 신기하게도 마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해하고 있는 나를 또 발견한다. 마을로 돌아온 난 오늘도 여전히 좌충우돌이다. 하지만 우리 마을 스스로 자치의 힘을 키우는 길이 무엇인지, 또 함께 어울려 마을의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가고 배워갈 것이다. 일희일비하면서 계속 그 길을 찾아가겠지. 글| 김양미 반디 (<씨앗> 노은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모임) lambmee@empal.com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3-17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