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아! 네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구나.
부끄럽다. 순결한 맘으로, 한다면 하는 결단으로 헤쳐 나가던 연석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구나.
부끄럽다. 연석이가 그토록 갈망하고 단호하게 새겼던 단심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던가.
부끄럽다. 연석익 섣부르다 싶을 정도로 나섰던 그 길, 함께 가자고 먼저 권했던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쉽지 않은 여러 형편들을 흔쾌히 뿌리치고 달렸던 연석이가 새롭다.
배재대에서 학생운동 한다면서
만나서 민중교회로, 감옥으로, 대전민청으로 내달렸던 연석이,
결혼해서 생활인으로 민중의 삶, 자세를 몸에 붙여서 다시 우뚝 서겠다던 연석이가
고단한 일터에서 현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명을 달리했던 날이 벌써 10년이구나!
복잡한 이야기 따위는 제쳐 놓기를 좋아했고,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간략히 따져 묻고는 곧장 행동으로 먼저 앞장섰던 연석이가 그립구나.
87년 6월 항쟁의 성과에 기반해서 확장된 공간의 사회운동을 도모한다고 했지만
이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정으로 살아오진 못했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한 사회변동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압도적 다수의 삶이 피폐해졌지만
그들의 벗으로, 그들 속에서 우리의 역할은 감당해왔는지 회의적이구나.
연석이가 세상을 버리고도 한참 동안이나 여러 차례 수술을 거듭했던 애 엄마에게 비통한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쓰라림은 지금도 선연하지만 몇 번의 기일을 기억하고는 기일에는 찾아보지도 못했구나.
연석이를 제대로 찾아보지 못하면서 연석이가 보여주었던 단호한 순결함도 잊었구나.
연석이와 약속도 흔들렸구나.
연석이는 맘이 여렸지.
같이 하는 동료들이 맘을 아파하는 것을 못 견뎌하곤 했었지.
고생하시는 어머님께 맘이 미치면 늘 아파했었지.
그래도 연석이는 주어진 소명에 대해서 비겁할 줄 몰랐지.
그래도 연석이는 역사에 충실한 삶에 대해 고민했고
역사 앞에서 동요하는 것에 대해선 거리낌 없이 비판하는 천진함이 있었지.
역사 앞에 단순하게 서고자 하면서도 늘 맘이 여렸던 연석이가
귀가길 위에서 유명을 달리하면서 남겨놓은
새로운 길을, 새로운 역사를, 새로운 동지를 만들어보라는 요청을 다시 새긴다.
고인을 기린다는 것이 결국은 살아남은 자를 위로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연석이를 기리는 마음으로, 오늘의 부끄러움을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세상을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의 아픔을 견뎌하지 못하곤 했던 연석아!
네가 가고자 한 길, 우리가 가려고 했던 길을 네 이름으로 기억한다.
정말 기억하련다!
네가 가르쳐 준 길을 회피하지 않으마!
편히 잠드시라!
글| 김제선 집행위원장(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이 글은 연석신해이야기(故 강연석.최신해 10주기 추모집)실린 글 입니다.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3-17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