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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어머니 생신 때 찍은 사진. 어머니 품에 안긴 녀석은 어머니의 외증손자다. 그러니까 나의 큰누나 손자. 애도 없는 나를 할아버지로 만든 녀석이다. 팔순의 어머니가 던진 그 말, 이명박 정부는 새겨 들을지어다 2년전 어머니 생신 때 찍은 사진. 어머니 품에 안긴 녀석은 어머니의 외증손자다. 그러니까 나의 큰누나 손자. 애도 없는 나를 할아버지로 만든 녀석이다. 올해로 팔순이 되신 우리 어머니, 연세에 비해 참 정정하시다. 아줌마 파마머리에 염색까지 하시니 환갑 갓 넘은 듯 젊어 보이시는 우리 어머니, 그래도 역시 세월은 비켜갈 수 없는지 귀도 어두우시고, 안 아픈데 가 없으시단다. 몇 해 전 다리가 부러지셔서 박았던 쇠파이프(?)를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하시면서 빼내는 수술을 거부하시고 여전히 다리에 넣고 사시는 어머니, 그 몸 이끄시고서 남의 딸기밭에 지난 가을 내내 일하러 다니셨다. 누가 들으면 자식들이 용돈도 안 주고, 구박만 하는가 싶겠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놀면 뭐하냐\'면서 \'그래도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이야기하고 돈도 벌고 그러니까 더 좋다\'고 일을 놓지 않으셨다. 어머니 나이 마흔셋에 낳은 늦둥이 나는, 늘 \'너 장가가는 것은 보고 죽어야 할 텐데\'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자랐다. 결혼 8년째를 맞는 나, 어머니보다 한 살이 적으셨던 아버지는 결국 내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조금 더 욕심을 내셔서 \'너 자식 낳는 것 보고 죽어야 할 텐데..\' 하시며 \'자식도 없이 사는 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씀하신다. 불효자식이 따로 없다. 어머니 죄송해요... 올해는 좀 더 힘써(?) 볼게요... 지난 몇 년 동안 어머니는 다른 자식들 모르게 돈을 모으셨다. \'황새 늦새끼\' 같은 막내가 돈이 없어서 애를 안 낳는 줄 아시고 애 낳으면 주시겠다며 목돈을 마련하셨다. 천만 원을 모으신 어느 날, 내게 살짝 속삭이셨다. \"돈 없냐? 천만 원, 엄마가 천만 원 줄게 애 낳아...\" 그 말씀을 하시면서 씨익 웃으시는 어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칠순이 훌쩍 넘은 나이로 자식들이 준 용돈과 밭에 나가 번 돈을 모아 그 큰돈을 모으신 거다. 그리고 아낌없이 내게 주시겠단다. \"엄마, 돈 없어서 애 안 낳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 걱정하지 마시고... 그리고 돈 모으지 말고 좀 쓰세요... 부족하면 제가 더 드릴게요... 알았죠?\" 소용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오백만원 더 모았다... 애 낳아라 줄게\", \"좀 있으면 이천만원 된다...\" 그러시더니, 결국 \"다 모았다\"고 하셨다. 그랬던 어머니가 이번 설에는 풀죽은 모습이셨다. 한 푼 한 푼 모을 때마다 막내 녀석 애 낳으면 주려는 기쁨에 힘든 줄도 몰랐던 어머니가, 그렇게 어렵게 모은 돈을 둘째형이 논 사는 데 다 내놓으셨다고 했다. 막내 애 낳는 것은 포기하셨단다. \"엄마, 잘 하셨어요... 저 그 돈 필요 없어요.. 그리고 올 해는 어떻게 해 볼 테니까 기다려 보세요..\" \"어떻게 하긴 뭘혀...늬가\" 그렇게 풀 죽은 어머니 옆에 누워 낮잠을 청하려는데 어머니가 연신 신음을 토하시듯 \"아이고, 저런...에꼬...또 넣었다\" 하시는 거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니 TV에서 하는 농구를 보고 계셨다. \'어라? 엄마가 농구를 다 보시네\'하며 나도 함께 TV를 보는데, 어머니가 의외로 너무 열심히 보시는 거다. 그래서 \"엄마? 농구 알어?\", \"알긴 뭐.. 그냥 많이 넣는 게 이기는 거지 뭘.. 에꼬, 또 넣었다\" 하시는 거다. 우리 엄마 세련되시네... 하며 같이 보고 있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신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가 보다. \"잘한다, 그려.. 그렇게 혀야지\" 재미있어 하시는 어머니와는 달리 스포츠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는 졸리운 탓인지 그리 재밌지가 않았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있어야 재밌는 법. 딱히 응원하는 팀의 경기도 아니고, 낮잠 자려다 실패해서인지 난 연신 하품만 토해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점점 더 농구에 몰입하시는 거다. \"옴메나, 우리가 이기더니 금세 져 부리네.. 어쩐댜... 오메..\" 옆에서 함께 보고 있던 아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묻는다.   \"어머니, 어느 팀 응원하세요?\" \"우리나라 응원하지?\" \"둘 다 우리나라 팀 인데요?\" \"아녀... 저기 영어로 써 있잖여... 미국인가 어딘가.... 그리고 저기 외국 사람들도 있는데 뭘 그려\" 그 경기는 \'동부\'와 \'KT&G\'와의 경기였다. 영어를 잘 모르시는 어머니는 \'KT&G\'가 외국팀 이셨는가 보다. 그리고 용병들이 함께 뛰고 있으니까 정말 딱 믿으신 거다. 한참을 웃다가 우리 부부는 \'KT&G\'가 우리나라팀이라는 것을 가르쳐드렸다. 농구의 \'농\'자도 잘 모르시면서 \'애국심\'만은 어느 젊은이 못지않은 우리 어머니. 뼈 있는 한말씀을 던지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은 우리말 놔두고 왜 영어로 이름을 쓰고 그랴~~!\" 그러게 말입니다! 어머니. 세계적으로 이렇게 우수한 글이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한글\'을 놔두고, 왜 영어만 쓰려고 할까요? 영어 영어 하다 못 해 이제는 새 대통령된다는 분이 아예 학교에서 영어로만 수업을 시키겠다고 하니... 참 안타깝습니다. 어머니, 그 사람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귀가 어두우셔서 만날 저희들에게 하시는 그 말씀 있잖아요... 네? \"시방, 뭔 소리 한다냐? 쟈들이~~\" 글 | 향나무 님 (블로그 :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날도 오겠지)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3-17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