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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나무 숲을 지나니 내 키가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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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의경 관장(마루 마을어린이도서관) qkselqnfxj@naver.com 일 년이 이렇게 짧은가요? 일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나요? 이제 반딧불터 사업단의 일원으로 함께한 일 년이 지나고 해단식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고단한 여정이었을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좋은 직장으로 새로운 경험으로 자리했을 테지요. 그러나 저에게는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을 주었습니다. 전환점이라 표현하기에는 감히 의미가 좀 덜하다 싶을 정도로 제 마음과 제 육체를 완전히 반하게 만들었지요. 도서관 때문일까요? 함께 한 사람들 때문일까요? 글쎄요. 그보다 제 삶에 대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그동안 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어떻게 살아야 빚지지 않고 우리 아이에게 떳떳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고개 숙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에 부딪치는 많은 어려움과 제가 온 정신을 다 쏟아서 행복하게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고요. 그런 저에게 반딧불터 사업단은 인생의 지도를 보여준 샘이랄까요. 사실 돌아보면 반딧불터 사업단과 함께 하며 힘든 일이 더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반딧불터 사업단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고맙고 뿌듯한 건 어쩌면 그 힘든 과정도 행복함의 연속이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 마을인 법동에 마루 마을 어린이 도서관이 개관을 했어요. 이제는 제법 어린이 친구들, 엄마랑 함께 오는 아기 친구들이 많이 늘었답니다. 마루의 가족과 친구들을 보며 그동안의 어려움과 좌절도 모두 잊게 되지요. 개관식 전날 그 동안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치며 제일 힘들었던 때가 떠오르더군요. 한 번은 공동 모금회 프로포절 접수 마감을 앞두고 정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장소가 동대표총회장의 거부로 안됐을 때랍니다. 함께한 최선화 반디, 작은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배포와 특유의 쾌활함이 장점인 그 친구가 남산만한 배를 움켜쥐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하네요. 또 다른 한번은 개관을 준비하면서 랍니다. 우리 주민모임은 아주 어린 아기들과 함께 일하는 엄마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구요. 드디어 도서관 인테리어를 끝내고 책이 들어왔어요. 뿌듯함을 안고 우리는 일주일에 500권 입력이라는 목표를 갖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아! 단 30권밖에 입력을 못 했답니다. 우리가 상상하던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얼굴, 그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는 평화로운 엄마의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찌푸린 얼굴과 엄마들의 속상함이 절절이 베인 도서관! 암담한 과정이었지요. 일을 위해 아기 엄마들은 당분간 도서관에 나오지 말자는 의견도 나올 정도였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을 중단하고 계속 이야기 했어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 마을에 맞는 답을 찾아냈지요. 우리는 그렇게 성장해었나봐요. 아픈 성장통을 겪었기에 지금 여기에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대견해 하고 행복해 한답니다. 이제, 누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마을에 도서관이 있어 행복해요. 그건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책을 읽게 할 수 있어 그래요.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더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 시장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잠시나마 쉴 공간을 줄 수 있어 그래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서관을 통해 만나는 엄마들, 주민들과 해결해 가면서 서로 나누고 이해하고 보듬게 되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울고 웃고 감동 받으며 우리는 점점 더 커지니까요. 어른들도 맘과 영혼이 점점 자란답니다. 키 큰 나무 숲을 지나 내 키가 커진 것처럼!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3-17 10:22)